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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질서 너머

질서 너머
질서 너머 / 저자 : 조던 B. 피터슨 / 역자 : 김한영 /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2021. 3. 22.)

 

  이 책은 앞서 읽었던 '12가지 인생의 법칙'의 후속작으로, 저자가 전작에서 제시한 12가지 법칙의 연장선 상의 이야기이지만, 이를 넘어서서 전작을 집필한 이후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들이 더해져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추가로 생각해볼 인생의 중요한 가치들이 책 속에 담겨 있었다.

 

  전작인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읽고 나서 책 속에 제시된 법칙들을 나의 삶 속에 대입해보았고, 나의 인생과 내 주변의 사람들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으며, 이 법칙들을 항상 마음속 깊은 곳에 담고서 인생을 살아간다면 내가 맞닥뜨릴 고통에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최근에 출간한 '질서 너머'라는 책을 읽고 나면 또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지 기대하면서 책을 펼쳤다.

 

  하지만 책의 서문을 읽자마자 나는 혼란스러움과 충격을 경험하였고, 잠시 책을 덮어버렸다. 비록 저자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통해 저자인 조던 피터슨의 삶의 고찰 수준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가졌으며, 저자가 제시한 법칙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 새기고 살아가는 것이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길이라고 확신했는데 조던 피터슨 또한 나와 같은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저자인 조던 피터슨은 2019년 한 해 동안 가족들의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인해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 10여 년 전에 심은 인공 발목 관절에 문제가 생긴 딸 미카일라는 걷는 것조차 불가능하였고, 조던 피터슨은 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이에 연달아 아내 태미가 1년 이내 사망할 확률이 100퍼센트에 가까운 신장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며, 신장의 상당 부분을 제거하는 수술 과정에서 아내가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을 지켜보게 된다.

 

  다행히 딸과 아내는 수술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였지만, 가족의 고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저자 조던 피터슨은 극도의 불안감과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고, 항불안제인 벤조디아제핀의 복용량을 계속하여 늘리게 된다. 결국 딸과 아내가 건강을 회복하였음에도 저자는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극도의 불안감과 합병증에 시달리게 된다.

 

  현재 조던 피터슨은 치료를 통해 이따금씩 불안감에 시달리긴 하지만 약물의 의존증에서 어느 정도 회복하였고 건강을 되찾는 중이라고 한다.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저자인 조던 피터슨은 극한의 고통과 함께 죽음의 곁을 스쳐 지나감을 느꼈다고 하였으며, 매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보살펴주는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던 피터슨의 개인적인 가족사와 고통은 사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 우리 곁에 항상 내재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삶에 대한 고찰의 수준에 상관없이 그 누구에게도 고통일 수밖에 없다. 전작에서 저자 조던 피터슨이 인생의 의미 있는 길을 제시하는 선각자처럼 느껴졌다면, '질서 너머'를 통해 저자 또한 나와 똑같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나름대로 각자의 고통을 겪고 있으며, 그들의 고통이 결코 나의 고통보다 덜하지 않다는 분명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계속해서 말한다. 삶은 '죽음'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존재 자체로 불안감을 느끼고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허무주의에 빠져 삶의 고통을 애써 무시하고, 쾌락을 좇고, 타인과 나 자신을 파괴하는 것은 결코 삶의 해답이 될 수 없다. 인생의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 포기해 버리는 것과, 어떻게 해서든 이겨내고자 다짐하고서 이를 극복해내는 것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선택인지는 두 가지 선택을 모두 해 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이를 이겨내고자 마음먹는 순간 용기가 생기고, 장애물을 넘을 때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르지만 나 자신만큼은 또 한 뼘 성장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소위 말하는 '자존감'이 생기고, 이를 반복함으로써 인생을 더욱 당당하고 책임감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존감이라는 것은 남들에게 일방적으로 내 주장을 관철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사소한 일일지라도 사회 속에서 나는 나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부당한 일을 겪었음에도 나는 계속해서 나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가족들과 친구들, 직장 동료들을 위해 나의 위치에서 나의 일을 하면서 그들의 고통스러운 인생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자존감이 생기는 것이다. 인생이 고통스럽고, 나는 나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감을 갖고서 오늘도, 내일도 나의 인생길을 당당하게 걸어가기로 다짐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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