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힐빌리의 노래

힐빌리의 노래
힐빌리의 노래 / 개봉 : 2020. 11. 24. 미국 / 감독 : 론 하워드 / 출연 : 에이미 아담스(베브 역), 글렌 클로즈(할머니 역), 가브리엘 바쏘(J.D 벤스 역), 헤일리 베넷(린지 역), 프리타 핀토(어샤 역)

 

  영화 제목인 '힐빌리'는 '미국 남부에 사는 교육 수준이 낮고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가난한 백인'을 뜻하는 말이다. 영화 주인공 J.D 벤스는 예일대학교 로스쿨 학생으로 소위 말하는 엘리트이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매우 가난했으며 불행했다.

 

  그의 어머니인 베브는 약물 중독자에 다혈질적인 성격이며, 자신의 감정을 거스른다면 상대가 그녀의 자식일지리도 욕설을 퍼붓고 폭행을 일삼는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게도 아들 J.D 벤스가 주변의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약물을 흡입하거나, 건물에 무단으로 침입해 그 안의 물건들을 때려 부쉈을 때는 아들의 잘못을 꾸짖기는커녕 오히려 어려서 그럴 수 있다며 너그러운 모습을 보인다.

 

  베브의 어머니이자 주인공인 J.D 벤스의 할머니는 이러한 상황에서 J.D 벤스를 할머니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손자가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면 그 친구들을 집에서 쫓아내서 손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물건을 훔치면 훔쳐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혼을 내며, 손자가 현실에 대해 남 탓을 하고 변명을 할 때는 모든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손자 자신의 책임임을 가르친다.

 

  주인공 J.D 벤스는 이런 할머니에게 반항하고, 이럴 거면 도대체 왜 할머니의 집으로 자신을 데리고 왔느냐면서 따지기도 한다. 하지만 J.D 벤스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구호 도시락을 받으면서 배달하는 사람에게 손자가 같이 산다면서 음식을 더 달라고 사정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할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어느덧 J.D 벤스는 성장하여 해병대를 전역하였고, 예일대학교 로스쿨 졸업반 학생으로 취업을 위해 인생의 중요한 면접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 때 어머니인 베브가 또다시 약물을 과다 복용하고 쓰러졌음을 누나인 린지로부터 연락을 받고서 알게 된다.

 

  J.D 벤스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만든 어머니를 원망하지만 결국 어머니를 만나러 고향으로 가게 된다. 어머니를 만나고 면접에 가기 위해 고향을 다시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과연 아픈 어머니를 누나에게 맡기고 면접을 보러 돌아가는 것이 맞는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누나 린지는 고민하는 J.D 벤스에게  "우리 핑계 대지 마. J. D. 원래 이런 거야. 난 괜찮아"라고 말하고, 어린 시절 할머니의 가르침들이 떠오른 J.D 벤스는 면접을 보기 위해 아픈 어머니를 누나에게 부탁하고서 고향을 떠난다.

 

  이 영화를 보고서 가족의 바람직한 역할과 책임감 있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의 배우자, 부모로서 상대방 가족의 잘못된 행동을 짚어주지 않고 방관한다면 이에 대한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그 상대방 가족이다. 그 가족은 그러한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가정이 아닌 사회에서는 반드시 더 큰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가족을 옳은 길로 인도하는 것은 힘들고 말하기 껄끄러운 일이지만 가족으로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어린 시절 나는 부모님이 부유하길 바랐다. 그리고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다가 원하는 시험에 아쉽게 합격하지 못했을 때는 부유하지 않았던 부모님을 탓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모든 결과는 나의 부족함 때문이었지 결코 부모님의 잘못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포기하고 싶은 힘든 상황에서도 부모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힘든 내색 한 번 없이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음을 이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내가 어떠한 성취를 이루든 그 성취의 큰 부분은 우리의 가족들이 함께 만든 것이고, 내게 어떤 기회가 오면 우리 가족들에게는 없었던 기회가 나에게 왔음을 알기에 더욱 소중하게 생각한다. 나는 우리 가족 모두의 소중한 유산임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영화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주인공 J.D 벤스의 독백처럼 시작이 나를 정의할지라도, 나 또한 J.D 벤스와 같은 '힐빌리'였을지도 모르지만, 매일의 선택을 통해 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의 존재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계속해서 선택하다 보면 반드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